빛을 따라가세요.


2023. 11. 2 – 11.21 
공원장모텔 313호
(예약제로 진행)

김수이의 세 번째 개인전인 <“빛을 따라가세요. 그러면 당신은 깨달음을 얻을 거예요.”>는 장례지도사로 일하며 시각 예술가로 활동하는 작가 스스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안치실과 입관실이라는 공간에서 느낀 것들이 녹아들어 있다. 실제 제목이 된 “빛을 따라가세요. 그러면 당신은 깨달음을 얻을 거예요.”는 직접 입관식을 진행하고 있을 때 한 유가족이 고인에게 지속해서 당부하던 말을 빌려온 것이다.
추모는 떠나간 사람을 위해서 하는 것이기도, 남겨진 사람을 위해서 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미 멈춰버린 심장에 대고 당부의 말을 함으로써, 죽은 자의 안녕과 동시에 남겨진 자의 평안 또한 기대한다. 일종의 편지와 같은 이런 말들은 매일 반복되며 동시에 흩어진다.

공원장 모텔은 현재 숙박업소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이곳의 한편을 빌려, 전시를 진행하는 것은 첫 번째 작품인 시 <빛을 묻은 상자 box with (ask-query-smear-bury-commit) light>에서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작가는 죽음과 어울리는 ‘낡은 상자’를 찾아, 오랜 시간을 방황했다. 죽음과 낡음의 흔적이 무수한 313호는 바닥의 그을음과 벽지의 들뜸마저도 그대로이다. 처음 이곳을 발견한 것을 10여 년 전의 일이었다. 그 시간 동안 작가는 스스로 ‘낡은 상자’를 찾기 위해 장례지도사가 되었고, 삶과 죽음 사이에서 노동하며 벌어지는 사건과 말, 시간, 오브제들을 수집하고 라벨링 했다.

죽음이라는 보편적이고도 특수하나 상황 속에서 마지막 당부의 말이 모티브가 되어 전시 전체를 아우르며, 글과 회화, 설치, 금속공예, 오디오, 도자, 가죽 등 다양한 매체를 적극 활용하여 수집한 것들을 펼쳐 놓는다. 또한 장례식이나 죽음을 나열하는 대신 ‘죽음의 이후의 이상향’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유토피아적 이상향이 아닌 헤테로토피아 적 이상향으로 존재하기 위해 어떤 예시를 들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쩌면 모든 것은 하나로 이루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재해석과 재현을 오가며 펼쳐놓은 이야기들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모텔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비로소 완성되며 빛을 발한다. 

공원장 모텔 313호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남문로2가 85